• 최종편집 2024-03-28(목)
 

[교육연합신문=전재학 기고]

사람은 상대방으로부터 인사를 받으면 감정이 선회하게 된다. 다소 서먹서먹한 관계도 눈인사라도 하든지 아니면 한 마디라도 인사를 나눈다면 소원한 관계가 눈 녹듯 녹아내리고 부정적인 감정도 수그러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일상의 삶에서 각자 바쁘다는 이유로 한마디 말도 나누지 못하거나 서로 인사조차 없다면 갖가지 오해가 발생하고 심지어는 상대의 마음을 왜곡까지 한다. 그래서 먼저 인사를 나누는 것은 성숙한 인간관계를 위한 필수적인 지혜이다.

 

요즘 그런 사람을 일컬어 높은 EQ(감성지수)의 소유자라 부르며 대인관계의 달인이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성공에 가까운 삶을 사는 인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인사를 잘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성을 가늠하는 기본적인 척도이기도 하며 상대방을 판단하는 데 더없이 중요한 기능을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3개의 운동부를 운영하는 학교이다. 필자는 신학기 3월을 보내고 4월을 지내면서 어느 학교에서보다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교내 곳곳에서 마주치는 학생들로부터 예의 바른 인사를 받는다는 사실에 연유한다.

 

특히, 운동부 학생들로부터 순박하고 진실한 인사를 받기 때문이다. 그들이 건네는 인사가 결코 가식적이거나 형식적으로 보이지 않아서 더욱 좋다. 그들의 인사를 받음으로써 그날 학교업무에 따른 모든 감정을 뒤로하고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곧 하루 생활이 즐거움 쪽으로 급선회하는 것은 놀라운 보너스다.

 

학생들의 인사가 이렇게 교사에게 행복을 유발하는지 예전에는 미처 경험하지 못해 참으로 신기하다. 대개 멈칫거리며 주뼛주뼛하는 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의 인사에는 복선이 깔려 있다.

 

학교에 따라서는 학생들이 교내에서 마주치는 교사를 향해 반감을 보이는 경우도 있으며 대개는 자기 반에 수업을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냉랭하게 지나치는 학생들이 많다. 아주 영악한 학생들이다. 그럴 때마다 인성교육의 실상을 되돌아본다.

 

필자는 본교에 부임해 거의 모든 학생과 지나치며 인사를 받는다. 특히 운동선수들의 활기차고 꾸밈없는 인사를 받으면 더 즐거울 수가 없다. 순간의 짧은 만남이지만 인사를 주고받으며 지나치는 그 순간은 순박한 운동선수와의 대면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얽힌 어른(교사)과 청소년(학생)이라는 인위적인 관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선수 개인의 순수한 인간적인 정을 느낄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물론 여기엔 지금까지 학교장이 운동부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 반갑게 인사하기를 생활화했기 때문에 그 습관의 전개가 학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에 공감한다. 결국 위로부터 먼저 인사하기가 잔잔한 파급효과를 내면서 운동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리라. 이제는 그들의 자발적인 인사가 진정으로 인사의 참맛과 멋이 어우러진 학교의 예절문화를 형성한 것으로 믿는다. 


허물없이 인사를 나누는 사제 간의 정이 학생 인성교육에 지대한 역할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교내에서 마주칠 때마다 깍듯이 인사를 하는 운동부 학생들이 대견하고 사랑스럽다. 오늘도 앳된 얼굴의 저학년 학생과 제법 능숙함이 엿보이는 고학년 학생의 인사를 받으며 필자는 허물없이 대화를 나눈다. “이번 주말에는 야구 한일전(지역 라이벌 경기를 빗댄 말)을 기대해도 되지?”,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너희를 믿는다.”, “감사합니다. 꼭 승리하겠습니다.”(…)

 

이 짧은 인사와 대화 속에 우리 운동부 학생들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인성교육이 이뤄진다. 학생들의 인사, 특히 운동부 학생들의 인사는 바람직한 인성교육의 시범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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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부 학생의 인사, 인성교육의 시범(示範)이다 - 인천제물포고 전재학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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