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교육연합신문=조만철 기자]

 

최근 이보다 즐거운 투표가 있었을까. 아침부터 길게 줄을 선 학생들의 얼굴에 긴장감과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침을 꿀꺽 삼기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현장 목소리는 기호 5번을 뽑아야 한다는 말이 많았지만 결과는 열어봐야 안다.

 

광주 오정초등학교(교장 윤선옥)는 6월 8일(금)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6월 투표를 합시데이(day)-7월 2일 교내 급식 메뉴 정하기 투표’를 실시했다.

 

오정초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한 급식 메뉴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사전 조사를 통해 점심시간에 먹고 싶은 메뉴를 파악했다. 그렇게 뽑힌 예비 후보(?) 중 급식실과 협의해 급식시간에 제공 가능한 메뉴를 최종 선정해 후보에 등록했다.

 

등록된 다섯 가지 메뉴 후보는 기호 1번 부대찌개부터 2번 망고 아이스바, 3번 팥빙수, 4번 삼겹살, 5번 닭꼬치였다. 오정초는 이들을 선거 1주일 전부터 학생들에게 홍보했다. 이른바 선거운동 기간이었다.

 

전교 학생들은 원하는 메뉴를 마음속으로 정한 뒤 대망의 투표일인 8일, 등교시간을 이용해 투표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등굣길에 학교 정문에서 투표에 참여했고 학교 측에선 투표에 참여한 학생들을 위해 간단한 간식을 제공했다.

 

투표에 참여하는 교직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먹고 사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중요했다. 선거를 주관한 학생들은 친구들에게 “6월 13일은 우리 지역의 대표를 뽑는 지방선거일”이라며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나의 소중한 한 표로 나라의 발전을 돕는 것입니다”는 말을 전했다.

 

오전 10시34분에 발표된 최종 투표율은 87.6%. 전교생 308명 중 270명이 참여했다. 무효표도 1표 나왔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정병준(6학년) 학생은 “내가 먹을 급식 메뉴를 직접 뽑을 수 있어 매우 신기하며 기분이 좋고 마치 다음 주에 있을 지방 선거에 참여한 듯한 느낌이다”며, “닭꼬치가 급식에 나오길 바라서 투표했는데 꼭 식판에 닭꼬치가 올려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윤선옥 교장은 “학교는 작은 사회이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공간이며 학생들은 학교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이다”면서 “본교는 급식메뉴와 같이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부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학생 의견을 반영하고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교육 현장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본교의 학생 복지 행사는 다음 주에 있을 지방선거와 결부돼 더욱 뜻깊은 행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학생들은 7월 2일 점심 메뉴로 ‘시원달달 초코 망고 아이스바’를 먹게 된다. 73표 27.1%의 득표를 얻어 1위로 당선됐다. 닭꼬치는 4위, 삼겹살 구이는 5위였다. 7월 뜨거운 여름에 시원한 점심을 보내기 위한 유권자들의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1위 망고 아이스바와 2위 팥빙수의 득표 차이는 1표 차이였다. 무효표 1개는 역사를 바꿀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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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오정초, “선거는 우리가 먹을 밥을 정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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